샘플링 정리: 빠르게 찍는 것만으로 원래 신호를 알 수 있을까
아날로그 신호는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지만 디지털 장치는 정해진 순간의 값만 기록한다. 샘플링은 x(t)를 간격 Ts초마다 측정해 x[n]=x(nTs)라는 수열로 만드는 과정이다. 샘플링 주파수 fs=1/Ts의 단위는 Hz 또는 초당 샘플 수다. 샘플 사이에 벌어진 변화는 직접 관찰하지 못하므로, 복원이 가능하려면 신호가 어떤 종류인지에 대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 조건을 밝히는 것이 샘플링 정리다.
‘두 배’에는 신호 대역에 관한 전제가 있다
기저대역 신호가 주파수 B보다 높은 성분을 갖지 않고, 이상적인 등간격 샘플링과 복원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면 fs>2B로 샘플링한 값에서 원래 신호를 복원할 수 있다. 여기서 B는 관심 있는 정현파 한 개의 주파수가 아니라 입력에 존재하는 최고 주파수 경계다. 수학적 정리는 대역 제한과 정확한 샘플 값을 전제로 한다. 현실의 센서 잡음과 외부 간섭은 원하는 신호보다 높은 주파수에 존재할 수 있어 ADC 앞에서 대역을 제한해야 한다.
등호 fs=2B를 무조건 안전한 조건으로 읽으면 문제가 생긴다. 경계 주파수의 정현파 x(t)=A·sin(2πBt)를 fs=2B로 찍으면 x[n]=A·sin(πn)=0이다. 진폭이 아무리 커도 샘플이 모두 0이 되어 같은 샘플을 만드는 영 신호와 구별할 수 없다. 경계에 에너지가 없는 등 추가적인 수학 조건을 두면 등호를 다루는 정식화도 가능하지만, 임의의 위상과 실제 필터를 고려한 설계에는 여유 대역이 필요하다. ‘주기당 두 점이면 모든 파형을 안다’는 표현은 이 조건을 생략한다.
다른 주파수가 같은 수열이 되는 이유
샘플 순간에 정현파의 위상이 매번 2π의 정수배만큼 더 돌아도 관측값은 같다. 따라서 f와 f+kfs는 적절한 위상 표현 아래 같은 이산시간 주파수로 나타난다. 실수 신호를 첫 나이퀴스트 대역 0~fs/2에서 해석하면 고주파 성분이 그 범위로 접혀 들어오는 에일리어싱이 발생한다. 주파수 영역에서는 원래 스펙트럼의 복제본이 fs 간격으로 반복되고, 복제본들이 겹칠 때 원래 성분을 분리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7kHz 정현파를 10kS/s로 샘플링하면 첫 대역에서는 3kHz 성분으로 보인다. 7−10=−3kHz이고 실수 정현파의 양·음 주파수가 대응하기 때문이다. 위상이나 부호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샘플만으로 입력이 3kHz였는지 7kHz였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이 상태에서 디지털 저역통과 필터를 적용해도 이미 관심 대역에 겹친 간섭만 골라 제거하기 어렵다. 손실이 ADC 이전의 관측 단계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필터와 샘플링 주파수를 함께 정한다
0~1kHz를 측정하고 fs=10kS/s를 선택하면 9kHz 부근의 간섭이 1kHz 부근으로 접힐 수 있다. 입력 필터는 원하는 1kHz까지의 통과 대역을 유지하면서, 관심 대역으로 접혀 들어올 높은 주파수를 요구 수준까지 감쇠해야 한다. 실제 필터의 통과 대역과 저지 대역 사이에는 전이 구간이 존재한다. 샘플링 주파수를 이론적 최소값에 바짝 붙이면 그 전이 구간이 좁아져 필터 구현이 까다로워진다. 오버샘플링은 이 공간을 늘리는 선택이지만 데이터량과 전력 소모도 증가시킨다.
높은 반송파 주변의 좁은 대역만 필요하다면 의도적인 대역통과 샘플링도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히 대역폭의 두 배를 임의로 고르면 안 된다. 양·음 주파수 대역의 복제본이 겹치지 않는 샘플링 주파수 구간을 선택하고, 아날로그 대역통과 필터와 ADC 입력 대역폭도 맞춰야 한다. 또한 샘플 시각의 지터와 유한한 양자화 정확도는 정리의 이상적인 가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복원 가능성, 실제 오차, 구현 비용을 나누어 확인해야 샘플링 정리가 설계의 판단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