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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리선인데 고주파에서는 왜 저항이 커질까

넓은 도로도 일부 차선만 쓰면 좁아진다

두꺼운 구리선은 가는 구리선보다 저항이 작다. 직류 회로에서는 익숙하고 유용한 판단이다. 그런데 빠르게 변하는 신호를 보내면, 같은 구리 덩어리라도 단면 전체를 고르게 활용하지 못한다. 도로를 넓혀 놓고 실제 통행은 가장자리 차선에 몰리는 모습과 비슷하다.

균일한 재료와 일정한 단면을 가진 선의 직류 저항은 다음처럼 계산한다.

R_DC = ρℓ / A

ρ는 재료의 비저항, ℓ은 길이, A는 단면적이다. 접촉 저항 등을 제외한 식이며, 전류 밀도가 단면에서 거의 균일하다는 전제가 있다. 고주파에서 이 식에 구리의 전체 단면적을 그대로 넣으면 도체 손실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재료가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라 전류의 공간 분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표면 아래 어디까지 전류가 들어가는가

교류가 만드는 자기장은 시간에 따라 변하고, 그 변화가 도체 내부에 유도하는 전기장은 전류 분포에 다시 영향을 준다. 이 상호작용 때문에 주파수가 높아지면 전류가 표면 가까이 집중되는 표피 효과가 나타난다. 전자가 원심력으로 바깥에 밀려나는 현상은 아니다.

충분히 좋은 도체의 평탄한 표면에서, 정현파가 정상 상태로 흐르는 경우 표피 깊이를 이렇게 근사한다.

δ ≈ √(1 / (π f μ σ))

δ는 표피 깊이, f는 주파수, μ는 투자율, σ는 전기전도도다. 전도 전류가 변위 전류보다 훨씬 큰 좋은 도체 조건을 쓴 식이다. 표면에서 안쪽으로 δ만큼 들어가면 전류 밀도의 크기가 표면 값의 약 37%로 줄어든다. δ에서 전류가 갑자기 끊기는 경계선은 아니다. MIT 전자기학 교재의 표피 깊이 유도도 이 감쇠와 적용 조건을 설명한다.

실온 구리의 전도도를 약 5,800만 S/m, 투자율을 진공과 거의 같다고 두면 100 MHz에서 약 6.6 μm, 1 GHz에서 약 2.1 μm다. 주파수를 열 배 높이면 깊이는 약 3.16분의 1로 줄어든다. 도체 두께가 이 깊이보다 충분히 크면 내부에 구리를 더 넣어도 고주파 전류가 활용하는 영역은 같은 비율로 늘지 않는다. 반대로 두께가 표피 깊이보다 훨씬 작은 박막에는 ‘얇은 껍질에만 흐른다’는 그림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옆의 도체도 전류가 흐를 자리를 바꾼다

고립된 구리선 하나만 고려해도 표피 효과가 있지만, 실제 배선에는 옆 신호선과 되돌아오는 전류의 경로가 있다. 이웃 도체가 만든 자기장도 전류 분포를 바꾼다. 이것이 근접 효과다. 표면에 골고루 흐르던 전류가 특정 면이나 가장자리에 더 몰릴 수 있다.

어느 쪽으로 몰리는지는 전류 방향과 도체 배치에 달려 있다. 가까운 두 도체라고 해서 언제나 마주 보는 면으로 몰린다고 외울 수는 없다. TI AN-808은 도체 간격과 형상, 주파수에 따른 재분포와 저항 증가를 구분한다. 표피 깊이 하나만 알아서는 실제 PCB 패턴의 고주파 저항이 완전히 결정되지 않는 이유다.

이 손실은 디지털 신호에도 중요하다. 데이터가 0과 1뿐이어도 빠른 상승·하강 구간에는 높은 주파수 성분이 필요하다. 그 성분이 상대적으로 더 약해지면 에지가 둥글어지고 이웃 비트 구간까지 영향이 남을 수 있다. 평균 데이터 전송률만 보고 배선을 직류 저항 하나로 평가하면 놓치는 부분이다.

구리의 두께만큼 표면도 설계 대상이다

표피 깊이가 수 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줄면 구리 표면의 거칠기도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PCB 구리와 절연 기판의 경계에서 거칠기는 전류 분포와 손실을 바꾼다. Rogers의 구리박 비교 자료는 같은 기판에서도 구리박의 표면 상태와 기판 두께에 따라 삽입 손실이 달라지는 측정을 제시한다.

매끄러운 구리를 고르거나 선폭을 넓히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접착·제조 공정과 배선 공간, 필요한 임피던스도 함께 맞춰야 한다. 구리를 두껍게 만드는 선택이 직류와 고주파에서 같은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 또 전체 배선 손실에는 절연체 손실 등도 있으므로 표피 효과만으로 모든 감쇠를 설명할 수 없다. 고속 배선에서는 ‘구리가 얼마나 있나’와 함께 ‘그 주파수에서 전류가 구리의 어느 부분을 쓰나’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