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

경쟁위험: 고장 원인별 확률을 그대로 더하면 안 되는 이유

수명 시험에서 소자는 여러 이유로 고장 날 수 있다. 절연이 먼저 무너지면 그 소자는 이후의 다른 고장까지 계속 관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장 원인별 숫자를 합칠 때는 ‘그 원인만 있다면 실패할 확률’과 ‘실제 시험에서 그 원인으로 먼저 실패할 확률’을 구분해야 한다. 경쟁위험은 이 차이를 다루는 모델이다.

먼저 발생한 고장이 관측을 끝낸다

각 소자에 두 고장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처음 발생한 고장이 시험 종료를 결정한다고 하자. 각 메커니즘만 있을 때의 잠재 수명을 T1, T2로 쓰면 실제 첫 고장 시간은 둘 중 작은 값이다. NIST의 단순 경쟁위험 모델은 이 잠재 수명들이 독립일 때 전체 생존 확률을 개별 생존 확률의 곱으로 설명하고, 고장률은 합으로 표현한다. NIST, Competing risk model

두 위험이 함께 존재하므로 소자가 t까지 생존하려면 두 잠재 고장 시간이 모두 t보다 길어야 한다. 독립 가정 아래 S(t)=S1(t)S2(t)다. 독립이라는 조건 없이 개별 생존 확률만 곱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고장 확률 대신 생존 확률을 먼저 결합한다

가상으로 두 메커니즘의 수명이 각각 일정한 고장률 λ1=0.0001/시간, λ2=0.0002/시간의 독립 지수 분포라고 정하자. 개별 생존 확률은 Si(t)=exp(−λi t)이고 전체 생존 확률은 exp[−(λ1+λ2)t]다.

1,000시간에서 전체 생존 확률은 약 0.7408이므로 첫 고장 확률은 약 25.92%다. 반면 각 메커니즘만 존재할 때의 실패 확률은 약 9.52%와 18.13%다. 이를 단순히 더한 27.64%는 전체 첫 고장 확률이 아니다. 두 잠재 고장이 모두 1,000시간 안에 있는 경우를 중복해서 셌기 때문이다.

실제 첫 고장 중 원인 1의 누적 발생 확률은 ∫₀ᵗ S(u)λ1 du다. 먼저 다른 원인으로 실패하지 않고 살아 있어야 원인 1의 첫 고장을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일정한 고장률 예에서는 λ1/(λ1+λ2)×[1−S(t)]로 계산된다.

1,000시간까지 원인 1로 먼저 실패할 확률은 약 8.64%, 원인 2는 약 17.28%다. 둘을 합하면 전체 첫 고장 확률 25.92%가 된다. 원인 1만 있을 때의 9.52%보다 8.64%가 작은 것은 원인 1의 물리 과정이 자동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원인 2가 관측을 먼저 끝내는 소자가 있기 때문이다.

공통 조건이 두 위험을 묶을 수 있다

독립 가정의 의미를 극단적인 자체 예로 보자. 두 잠재 수명이 항상 같은 T이고 T가 고장률 0.0001/시간의 지수 분포라면 실제 생존 확률은 1,000시간에서 약 0.9048이다. 독립이라고 잘못 놓고 같은 주변 생존 확률을 곱하면 약 0.8187을 얻는다. 원인 구분의 동률 문제도 있지만, 이 예의 목적은 주변 분포만으로 결합 분포가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소자에서는 공통 온도나 제조 변수가 여러 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원인 이름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잠재 수명이 독립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원인 판정이 불명확하거나 여러 손상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결과 해석에 반영해야 한다.

원인별 첫 고장 자료로 관측된 발생 확률을 분석하는 일과, 다른 원인이 전혀 없을 때의 잠재 수명을 복원하는 일은 요구하는 가정이 다르다. 다른 원인의 고장을 단순 검열로 취급해 얻은 곡선을 곧바로 독립된 물리 메커니즘의 수명이라고 해석하기 전에 모델과 가정을 확인한다.

경쟁위험을 보고할 때는 전체 첫 고장 확률, 관측된 원인별 누적 발생 확률, 메커니즘 단독의 잠재 수명 중 어떤 값을 말하는지 명시한다. 이 구분을 지키면 고장 원인별 수치를 제품 전체의 신뢰성 판단으로 연결할 때 중복과 잘못된 개선 해석을 줄일 수 있다.

경쟁위험: 고장 원인별 확률을 그대로 더하면 안 되는 이유 · ari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