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핍 근사는 캐리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말일까
접합 단면 그림에는 공핍층이 깔끔한 띠로 표시된다. 띠 안에는 움직이는 전하가 없고 바깥에는 중성인 반도체가 있다는 설명도 따라온다. 그런데 캐리어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공핍층이라는 말이 틀리는 것일까. 그 그림은 캐리어의 존재를 선언하는 지도가 아니라 계산에서 어떤 전하를 남길지 정한 근사다.
공핍 근사는 접합 주변의 순전하를 주로 이온화된 도펀트로 계산하고, 이동 전하의 기여를 생략하는 모델이다. 캐리어 농도가 정확히 0이라는 주장이 아니다. 실제로 매끄럽게 변하는 전하 분포를 구간별 단순한 모양으로 바꾸어 전기장과 전압을 계산한다.
사라진 자유캐리어가 남기는 전하
급격한 p-n 접합에서는 전자와 정공이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확산한다. 접합 주변에서 이동 캐리어가 줄어들면, n쪽에는 양전하의 이온화 도너가, p쪽에는 음전하의 이온화 억셉터가 상대적으로 드러난다. 이 순전하가 전기장을 만들어 추가 확산과 경쟁한다.
순전하 밀도는 ρ=q(p−n+ND⁺−NA⁻)다. 완전 이온화를 가정한 균일 급격 접합의 공핍 모델은 이를 p쪽에서 −qNA, n쪽에서 +qND로 대체한다. 바깥 준중성 영역의 순전하는 약 0으로 놓는다. MIT 접합 정전기 강의의 7~10쪽에는 실제 분포와 이러한 구간 근사의 차이가 표시되어 있다.
전하가 존재하는 구간의 끝을 −xp와 xn으로 두면 포아송 방정식 dE/dx=ρ/ε을 적분할 수 있다. 전기장은 각 영역에서 직선으로 변하고 접합에서 크기가 가장 크다. 전기장이 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삼각형 모양인 이유는 전하 밀도가 일정하다는 가정에서 나온다.
덜 도핑한 쪽이 더 넓어지는 이유
바깥 전기장을 0으로 놓고 양쪽 순전하가 균형을 이룬다고 하면 NAxp=NDxn이다. 양쪽 폭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아니다. 같은 면적당 전하를 만들려면 도핑이 작은 쪽에 더 긴 구간이 필요하다.
공핍 폭 W=xp+xn은 다음과 같다.
W=√[(2ε/q)(1/NA+1/ND)(Vbi−V)]
Vbi는 내장 전압이고 V는 접합 내부의 순방향 전압을 양으로 정의한 값이다. 역전압의 크기 VR을 쓰면 마지막 항은 Vbi+VR이다. 외부 단자 전압에 저항 손실이 있다면 내부 전압과 먼저 구분해야 한다.
가상 접합에서 NA=10¹⁷cm⁻³, ND=10¹⁶cm⁻³, ε=1.04×10⁻¹²F/cm, Vbi−V=0.8V를 두자. W는 약 0.34µm이고 xp는 약 0.031µm, xn은 약 0.31µm다. 공핍층 대부분이 도핑이 작은 n쪽에 놓인다. 계산용 입력이며 특정 웨이퍼의 측정값은 아니다.
같은 도핑에서 접합에 걸린 총전위 차를 3.2V로 늘리면 폭은 약 0.68µm로 두 배가 된다. 네 배의 전압에 폭이 네 배로 늘지 않는 것은, 넓어진 구간에 순전하도 더 많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최대 전기장 역시 이 모델에서는 전위 차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근사의 경계는 실제 장벽이 아니다
계산된 xp와 xn은 갑자기 모든 캐리어가 사라지는 물리적 벽이 아니다. 경계 주변에서는 이동 캐리어의 기여가 점진적으로 커지고 순전하도 매끄럽게 변한다. 그림의 날카로운 끝은 그런 전이 영역을 생략한 결과다.
역방향 또는 약한 순방향 조건에서는 접합 주변의 이동 캐리어가 도펀트 전하보다 작아 이 근사가 유용하다. 반대로 순방향 주입이 커지거나 장벽이 크게 낮아지면 이동 전하를 무시한 모델이 전기장과 폭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식에 V=Vbi를 넣어 폭이 0이 된다고 계산한 뒤 그것을 실제 소자의 정확한 상태라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
또한 도핑이 위치에 따라 변하면 ρ를 일정하게 놓을 수 없다. 완만한 프로파일에서는 전기장의 모양과 폭의 전압 의존성이 바뀐다. 표면 전하나 비균일 단면도 일차원 급격 접합 가정에 추가 조건을 요구한다.
중성 영역의 전기장도 목적에 따라 남긴다
단순 정전기 해에서는 준중성 영역의 전기장을 0으로 놓는다. 그러나 전류가 흐르는 실제 영역에는 작은 순전하와 저항성 전압 강하가 있을 수 있다. “준중성”은 양·음 전하가 거의 상쇄된다는 말이지, 전류를 운반할 전기장이 절대로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접합의 폭과 최대 전기장을 대략 구하려는 목적과 전체 단자 전압·전류를 구하려는 목적은 요구하는 정확도가 다르다. 후자라면 수송 방정식, 접촉 경계, 준중성 영역의 전압 강하까지 연결해야 한다. 공핍 근사가 잘 맞는다고 소자 전체를 같은 정전기 그림으로 끝낼 수는 없다.
처음의 텅 빈 띠는 실제 캐리어를 모두 지운 영역이 아니라 전하 계산을 단순화한 영역이었다. 공핍 근사를 사용할 때는 어떤 이동 전하를 생략했는지, 도핑이 어떤 모양인지, 어느 바이어스까지 그 생략이 타당한지 확인하면 된다. 그러면 폭 숫자 하나를 얻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숫자를 설계와 측정에 어느 정도 믿고 쓸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