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외삽 불확도: 고온 시험의 작은 기울기 차이가 상온에서 커지는 이유
고온에서 얻은 수명 데이터가 매끈한 직선에 놓이면, 상온의 수명도 정밀하게 알아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험 범위 안에서 잘 맞는다는 사실과 멀리 떨어진 사용 조건에서 정확하다는 사실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수명 외삽 불확도는 그 거리를 숫자로 드러내는 문제다.
같은 시험 결과에서 시작해도 멀리 가면 벌어진다
설명용으로 하나의 고장 메커니즘과 온도에 따라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수명 분포를 가정하자. 분포의 같은 분위수에 해당하는 수명을 θ라고 쓰겠다. 여기서는 중앙값을 비교하며, 모든 부품이 그 시간까지 살아남는다는 뜻으로 쓰지 않는다.
Arrhenius 가속 관계를 채택하면 고온 Ts에서 사용 온도 Tu로 옮기는 식은 θu = θs × exp[(Ea/k)×(1/Tu−1/Ts)]다. 온도는 켈빈, Ea는 활성화 에너지, k는 8.617333262145×10⁻⁵eV/K다. NIST는 가속 시험의 외삽에서 물리적으로 타당한 모델을 선택하고 고장 메커니즘별로 자료를 다루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NIST, Accelerated life test models
고온 100°C, 즉 373.15K에서 중앙값이 100시간이라고 정하자. 이 기준점을 정확히 안다고 놓고 Ea만 0.6, 0.7, 0.8eV로 바꾸면 25°C의 예측 중앙값은 각각 약 10,926시간, 23,890시간, 52,236시간이다. Ea가 0.1eV 바뀔 때마다 약 2.19배씩 달라진다.
이 세 곡선이 여러 시험점을 모두 동일하게 설명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하나의 기준점에서 출발한 민감도 비교다. 기준점 근처인 110°C에서 계산하면 약 61.45, 56.66, 52.24시간으로 차이가 훨씬 작다. 가까운 온도에서는 덜 두드러지던 기울기 차이가 먼 사용 온도에서 크게 벌어진다.
오차 막대가 무엇을 포함하는지 묻는다
위의 0.6–0.8eV 범위는 임의로 정한 비교 범위다. 95% 신뢰구간이라고 부를 근거는 없다. 실제 데이터로 Ea를 추정했다면 추정 방법, 표본 수, 검열된 자료와 다른 파라미터의 관계까지 함께 다루어야 한다. 기준점 수명도 불확실하다면 그것을 정확한 상수로 고정한 위 계산보다 불확도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기울기와 절편은 따로 움직이는 두 숫자만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실제 적합에서는 두 추정치가 연관될 수 있다. 사용 조건의 예측 구간은 그 공분산까지 반영해야 한다. 시험 범위의 가운데에서 작은 예측 오차를 얻었다고 해서 멀리 떨어진 온도에서도 같은 폭의 구간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또한 ‘이 모델이 맞다’는 조건 아래 계산한 구간은 모델 자체를 틀리게 선택한 위험을 자동으로 포함하지 않는다. 온도가 바뀌며 지배적인 메커니즘이 달라지거나 수명 분포의 모양이 바뀌면, Ea의 표준오차만 줄여도 외삽의 핵심 문제는 남는다.
중앙값이 정확해도 초기 고장률은 별도 문제다
제품에서 필요한 값이 중앙값인지, 아주 낮은 고장 확률에 해당하는 시간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중앙값 주변에서 데이터를 잘 설명하는 분포 두 개도 초기 고장 쪽 꼬리에서는 다른 값을 낼 수 있다. 동일한 분포 모양을 유지한다는 가정이 특히 꼬리 예측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여러 스트레스 조건의 결과를 모을 때는 평균적인 직선의 적합도와 함께 조건별 고장 양상, 분포 형태, 사용 조건에 가까운 데이터도 살핀다. 낮은 스트레스의 시험은 고장 수를 빨리 늘리지 못해도 먼 외삽을 점검하는 정보를 줄 수 있다. 반대로 매우 높은 온도에서 다른 손상이 생기면 많은 고장 자료가 원래 사용 수명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수명 외삽의 결과를 보고할 때는 목표 분위수, 사용 조건, 모델 가정, 파라미터 불확도와 모델 선택의 한계를 함께 적는다. 숫자를 하나 더 길게 출력하기보다, 그 숫자가 어떤 거리와 가정을 건너왔는지 설명하는 편이 사용 수명을 판단하는 데 더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