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를 줄이는 피드백이, 왜 회로를 흔들기도 할까
온수를 기다리지 않고 손잡이를 계속 돌리면
샤워기 물이 차가워 손잡이를 뜨거운 쪽으로 돌렸다고 하자. 바뀐 온수가 도착하기도 전에 다시 크게 돌리면, 잠시 뒤 너무 뜨거운 물이 나온다. 이번에는 급히 차가운 쪽으로 돌린다. 현재의 오차를 줄이려는 행동도 반응이 늦으면 흔들림을 만들 수 있다.
아날로그 회로의 음의 피드백은 출력의 일부를 입력과 비교해 차이를 줄인다. 예를 들어 비반전 증폭기에서는 출력에 비율 β를 곱한 값을 입력에서 빼고, 그 오차를 증폭한다. 선형 동작 범위의 작은 신호 모델에서 닫힌 회로의 이득은 다음과 같다.
G = A / (1 + Aβ)
A는 피드백을 연결하기 전 증폭기의 이득, β는 출력에서 비교점으로 돌아오는 비율이다. 저주파에서 Aβ가 충분히 크고 양수라면 G는 1/β에 가까워진다. 증폭기 자체의 A가 조금 변해도 외부 회로가 정한 비율로 이득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이 식은 출력이 전원 한계에 막히거나 과도한 입력으로 포화된 경우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ADI, 루프 이득과 닫힌 회로의 이득
되돌아오는 신호에는 크기와 타이밍이 있다
현실의 증폭기에는 내부 정전용량과 여러 응답 지연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신호에서는 이득이 줄어들 뿐 아니라 위상도 늦어진다. 위상은 주기적인 신호에서 얼마나 뒤처졌는지를 각도로 나타낸 것이다. 한 주기의 절반은 180도다.
한 바퀴 돌아오는 크기와 위상을 묶은 것이 루프 이득 L이며, 여기서는 입력에서 빼는 부호를 제외하고 Aβ로 정의한다. A와 β는 주파수에 따라 크기와 위상이 변할 수 있는 양이다. 저주파에서 오차를 줄이던 연결도 높은 주파수에서는 같은 역할을 보장하지 않는다.
어떤 주파수에서 L의 크기가 1이고 위상이 −180도이면 L은 −1이 되어 앞 식의 분모가 0이 되는 경계에 닿는다. 되돌아온 변화가 다음 변화를 약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회로의 지속 발진 여부와 진폭은 전체 응답과 비선형 제한까지 따져야 한다. ‘위상이 늦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회로가 발진하는 것은 아니다. ADI MT-033, 이득과 안정성
위상 여유는 얼마나 남았는지를 묻는다
루프 이득의 크기가 1로 내려오는 주파수를 교차 주파수 f_c라고 하자. 통상적인 위상 지연 표현에서 위상 여유 PM은 다음과 같다.
PM = 180° + ∠L(f_c)
∠L은 그 주파수에서의 루프 위상이다. 예를 들어 −120도이면 여유는 60도, −165도이면 15도다. 같은 ‘크기 1’에 도달해도 되돌아오는 타이밍의 여유는 다르다. 여유가 작은 전형적인 회로는 입력이 갑자기 변했을 때 한 번에 가라앉지 않고 여러 번 출렁일 수 있다.
그러나 PM 하나가 오버슈트나 정착시간을 정확히 정해 주지는 않는다. MIT의 피드백 강의도 위상 여유는 유용한 경고 지표지만, 진동의 크기를 정량적으로 예측하려면 닫힌 회로의 응답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러 교차점이 있거나 피드백을 끊은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한 경우에는 한 지점의 PM만으로 판정하면 안 된다. 전체 루프의 안정성 분석이 필요하다. MIT, 위상 여유와 과도 응답
출력에 붙인 커패시터도 루프를 바꾼다
증폭기 출력에 큰 커패시터를 붙이면 더 조용해질 것 같지만, 그것이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실제 출력 저항과 부하 커패시터가 추가적인 지연을 만들고, 루프의 위상 여유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독 부품 사양이 좋아도 연결한 부하에서 회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해결책 중 하나는 출력과 부하 사이의 저항으로 커패시터의 영향을 완화하는 것이다. 다만 부하 전류에 따른 전압강하와 응답 속도에 비용이 생기며, 피드백을 저항 앞에서 받는지 뒤에서 받는지에 따라 동작도 달라진다. 보상 회로로 루프가 강하게 반응하는 주파수 범위를 조절하는 방법 역시 대역폭과 정착 특성을 함께 바꾼다. ADI, 정전용량 부하와 보상 방법
피드백을 설계할 때는 저주파에서 얼마나 정확한지와 빠른 변화에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같이 봐야 한다. 실제 부하와 배선, 부품 편차를 넣어 주파수 응답과 작은 계단 입력의 응답을 확인하는 이유다. 오차를 크게 증폭하는 능력만큼, 늦게 돌아온 정보를 다루는 방식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