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률은 새 고장 건수가 줄어도 커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 고장 나는 소자의 수가 줄었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소자는 더 안전해졌다고 말해도 될까? 처음 집단 대부분이 이미 고장 났다면, 남은 수가 적어서 새 고장 건수가 줄었을 수도 있다. 위험률은 그 시점까지 살아남았다는 조건 아래, 다음 순간에 고장 나는 속도다. 처음 시험한 전체 집단을 분모로 보는 값과 다르다.
같은 고장 곡선에도 두 가지 분모가 있다
첫 고장 시간의 누적 분포를 F(t), 생존확률을 S(t) = 1−F(t), 고장 시간의 확률밀도를 f(t)라고 하자. 위험률은 h(t) = f(t)/S(t)다. NIST의 정의도 비수리 소자 집단에서 생존한 소자를 조건으로 삼는다. 이미 고장 난 소자를 수리해 반복 사건을 세는 경우에는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 NIST 위험률 정의
f(t)는 처음 집단에 대한 시간당 고장 비중이고, h(t)는 남은 집단에 대한 순간 비율이다. 둘 다 시간의 역수 단위를 가지지만 분모가 다르다. h(t) 자체는 확률이 아니므로 0과 1 사이에만 있어야 하는 값도 아니다. 아주 짧은 구간 Δt에서 h(t)Δt가 조건부 고장확률의 근사가 된다.
건수는 줄지만 위험률은 커지는 예
가상 소자 집단의 생존확률을 S(t) = exp[−(t/1000시간)²]로 정하자. 형상 계수 2인 수명분포의 예이며 특정 반도체 공정의 실측 결과가 아니다. 시간 단위를 시간으로 쓰면 위험률은 h(t) = 2t/(1000시간)²다.
1000시간에서 생존확률은 약 0.368, 확률밀도는 약 7.36×10⁻⁴/시간이다. 위험률은 0.002/시간이다. 2000시간에는 생존확률이 약 0.0183, 확률밀도는 약 7.33×10⁻⁵/시간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위험률은 0.004/시간으로 두 배가 된다.
처음 집단에 대한 순간 고장 비중은 약 열 배 낮아졌다. 남은 집단에 대한 위험은 오히려 커졌다. 분모의 생존 비중이 더 빠르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고장률이 감소했다’고만 적으면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
다음 100시간의 확률은 생존확률의 비로 구한다
충분히 긴 구간에는 순간 위험률을 그대로 곱하지 않는다. 시각 t까지 살아남은 소자가 t+Δt까지 살아 있을 조건부 확률은 S(t+Δt)/S(t)다. 따라서 그 구간의 고장확률은 1−S(t+Δt)/S(t)다.
앞의 모델에서 1000시간까지 살아남은 소자가 다음 100시간에 고장 날 확률은 약 18.9%다. 2000시간까지 살아남았을 때 다음 100시간의 확률은 약 33.6%다. 순간 위험률에 100시간을 곱한 20%와 40%는 여기서 정확한 값이 아니다. 위험률이 구간 안에서 변하고, 확률은 생존 상태에 대해 누적되기 때문이다.
위험률로부터 생존확률을 구할 때는 S(t) = exp[−∫₀ᵗh(u)du]를 사용한다. 적분한 위험률이 커질수록 생존확률이 낮아진다. 이 관계도 h(t)를 그 자체로 고장확률처럼 읽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 준다.
관측한 건수에 시험 조건을 붙인다
실제 자료에서는 정확한 순간 함수 대신 관측 구간의 고장 수와 살아 있던 소자 시간을 사용해 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그때에도 시작 시점의 소자 수, 구간 길이, 중간에 관측을 끝낸 소자 정보를 구분해야 한다. 고장 건수만으로 위험률이 높고 낮음을 비교하기 어렵다.
위험률의 변화가 특정 물리 메커니즘 하나를 자동으로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먼저 같은 집단과 같은 실패 기준에서 조건부 속도를 비교했는지 확인한다. 보고서에서 ‘고장률’을 볼 때 가장 먼저 물을 것은 전체 집단의 비율인지, 생존한 집단의 시간당 위험인지다. 분모를 확인해야 남은 소자의 질문에 맞는 답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