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을 평평하게 갈았는데, 왜 배선 가운데가 움푹 파일까
사포질과 닮았지만, 화학이 함께 움직인다
울퉁불퉁한 나무판을 평평하게 만들려면 튀어나온 부분을 더 많이 깎아야 한다. 반도체도 여러 층을 쌓다 보면 다음 공정을 진행하기 어려운 단차가 생긴다. 이때 화학 기계적 평탄화, CMP를 사용한다. 표면을 반짝이게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목표는 필요한 막을 남기면서 높이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CMP에서는 웨이퍼와 패드를 누르며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그 사이에 화학물질과 미세한 연마 입자를 섞은 슬러리를 공급한다. 화학 반응이 표면의 제거 특성을 바꾸고, 입자와 패드의 기계적 작용이 재료를 제거한다. 어떤 막은 잘 제거하고 다른 막은 덜 제거해야 하므로, 단순히 가장 단단한 입자로 세게 문지르는 문제가 아니다. NPTEL의 CMP 원리 강의
프레스턴 관계가 알려주는 것과 알려주지 않는 것
제거 속도를 설명할 때 널리 사용하는 출발점이 프레스턴 관계다.
MRR ≈ K × P × V
MRR은 단위 시간에 제거되는 두께, P는 접촉 압력, V는 패드와 웨이퍼 사이의 상대 속도, K는 재료·슬러리·패드 등의 영향을 담는 계수다. 같은 조건에서 K와 V가 유지된다면 압력을 높일수록 제거 속도가 커진다는 관계다. MIT의 CMP 모델 연구, 5장
하지만 K는 재료 이름만 정하면 영원히 고정되는 상수가 아니다. 화학 반응, 슬러리 공급, 패드 표면과 접촉 상태가 바뀌면 달라진다. 속도를 두 배로 올린 실험에서 제거량도 반드시 두 배가 된다고 보장하는 만능 법칙은 아니다.
P에도 주의해야 한다. 장비가 웨이퍼 전체에 가하는 평균 압력과, 실제로 닿아 있는 작은 표면이 받는 압력은 다르다. 같은 하중을 더 좁은 접촉 면적이 지탱하면 그곳의 압력은 커진다. 그래서 돌출된 부분이 먼저 제거되어 평탄화가 진행될 수 있지만, 배선이 촘촘한 곳과 드문 곳을 완전히 똑같이 연마하기는 어렵다.
금속 한 줄이 패이는 현상과, 영역 전체가 낮아지는 현상
구리 배선을 만드는 한 방식은 절연체에 판 홈을 금속으로 채우고, 위에 넘친 금속을 CMP로 제거하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홈 안의 구리와 주변 절연체가 같은 높이에서 만난다. 실제 패드는 완벽하게 단단한 평면이 아니다. 넓은 구리 영역 안쪽으로 변형되며 닿을 수 있고, 구리와 절연체의 제거 특성도 다르다.
그 결과 배선 안의 구리가 주변보다 움푹 낮아지는 현상이 디싱이다. 구리 단면적이 줄면 배선 저항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 배선 배열 사이의 절연체까지 깎여 그 영역이 주변 기준면보다 낮아지는 현상은 에로전이다. 구리 CMP에서는 선폭, 금속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 패드와 슬러리 조건이 두 현상을 서로 다르게 바꿀 수 있다. NPTEL의 디싱·에로전 설명
이 구분은 원인을 찾는 데 중요하다. 한 금속선의 중앙이 얼마나 파였는지만 재면, 배선 배열 전체가 함께 낮아진 정도를 놓칠 수 있다. 평균 제거 두께가 같아도 남은 표면 형상은 같지 않다.
조금 더 갈면 깨끗해지지만, 남겨야 할 것도 줄어든다
모든 위치에서 넘친 금속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제거된 곳이 있어도 다른 곳의 잔여 금속을 없애려면 공정을 조금 더 진행해야 할 수 있다. 이 추가 연마 동안 이미 노출된 구조에서는 디싱과 에로전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일찍 멈추면 배선 사이에 남은 금속이 연결 문제를 만든다.
그래서 장비는 제거 속도만 높이지 않는다. 위치별 막 두께를 측정하고 압력을 조정하며, 막의 전환과 제거 종료 시점을 감지하는 제어를 사용한다. Applied Materials도 CMP의 핵심을 위치별 압력 조절과 적절한 시점의 정지로 설명한다. 제조사의 CMP 공정 설명
평탄화는 어느 한 점의 두께나 매끈함으로 판정할 수 없다. 단일 배선, 회로 영역, 웨이퍼 전체라는 서로 다른 크기에서 남은 형상을 봐야 한다. CMP의 어려움은 많이 깎는 기술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더 깎아야 할 곳과 이미 충분히 깎인 곳이 한 장의 웨이퍼 위에 함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