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

클록을 따라가면 잡음도 따라갈까: PLL 대역폭의 딜레마

박자를 맞추는 사람도 흔들린다

연주자가 메트로놈을 보며 박자를 맞춘다고 생각해 보자. 매번 작은 흔들림까지 쫓으면 메트로놈의 불안정함도 연주에 묻어난다. 반대로 지시를 너무 느리게 반영하면 연주자 자신의 박자가 흐트러진다. 칩의 PLL, 즉 위상 고정 루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기준 클록을 잘 따라가는 능력과 모든 잡음을 줄이는 능력은 같은 뜻이 아니다.

PLL은 기준 신호와 출력 신호의 위상 차이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내부 발진기의 속도를 조절한다. 위상은 주기 안에서 현재 어디까지 진행했는지를 나타낸다. 출력이 앞서거나 뒤처지면 제어 회로가 이를 되돌리는 음의 되먹임을 건다. 전압으로 주파수를 바꾸는 발진기를 VCO라고 한다.

기준 쪽 분주를 생략하고 출력만 정수 N으로 나누어 비교하는 간단한 구조가 안정적으로 잠겼다면 평균 주파수는 다음 관계를 따른다.

f_out = N × f_ref

f_out은 출력, f_ref는 기준 주파수다. N이 10이면 출력 열 주기를 기준 한 주기에 맞추는 셈이다. 다만 주파수 비가 맞는다는 사실만으로 매 순간의 신호 가장자리까지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ADI AN143, PLL 기본 구조

무엇을 따라가고 무엇을 억누르는가

클록 가장자리가 이상적인 시각보다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변동을 시간으로 보면 지터다. 위상의 흔들림이 어떤 주파수 성분에 분포하는지 살피는 표현이 위상 잡음이다. PLL의 루프 대역폭은 이런 변화에 제어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와 관련된다. 여기서 주파수는 클록 자체가 초당 뛰는 횟수와 구분해야 한다. 빠른 클록에도 천천히 출렁이는 위상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기준 신호에서 출력으로 가는 잡음 전달은 대체로 저역통과다. 기준의 느린 위상 변화는 출력이 따라가고, 루프가 쫓기 어려운 빠른 변화는 줄어든다. 반면 VCO 자체에서 발생한 잡음은 출력까지 고역통과 특성을 보인다. 발진기의 느린 흔들림은 되먹임이 보정하지만, 너무 빠른 흔들림에는 제어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 이는 잠긴 상태 주변의 작은 변동을 분석하는 설명이다. TI, PLL 위상 잡음의 전달 경로

대역폭을 넓힐 때 생기는 교환

대역폭을 넓히면 VCO 잡음을 억제하는 범위도 넓어진다. 그러나 기준과 위상 검출 회로 쪽 잡음이 출력에 영향을 주는 범위 역시 넓어진다. 좁히면 기준의 빠른 흔들림을 더 걸러낼 수 있지만, 내부 발진기에게 맡기는 영역이 커진다. 두 잡음의 크기와 분포가 다르면 유리한 설정도 달라진다.

설계자는 출력 위상 잡음을 관심 주파수 구간에 걸쳐 합산해 지터를 평가한다. 어느 한 지점의 잡음만 작다고 전체 지터도 작다는 보장은 없다. 잠금에 걸리는 시간, 원하지 않는 주기적 성분인 스퍼, 제어의 안정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 대역폭만 올려 빠른 반응을 얻으려다가 경계 부근의 응답이 솟거나 안정 여유가 줄 수 있어 루프 필터 설계까지 맞물린다. TI, 루프 대역폭과 성능의 상충

잠겼다는 표시와 깨끗한 클록은 다르다

PLL의 잠금 표시는 목표 관계를 따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출력 잡음이 모두 사라졌다는 인증은 아니다. 더 좁은 대역폭이 언제나 좋다거나, PLL을 하나 통과하면 어떤 입력도 더 깨끗해진다고 생각하면 설계 판단이 어긋난다.

설정 두 개를 비교할 때는 무엇이 달라졌는지부터 분리해야 한다. 기준을 바꾼 효과와 루프 필터를 바꾼 효과가 섞이면 개선 원인을 잘못 짚기 쉽다. 지터 수치를 비교할 때도 측정한 주파수 구간과 출력 주파수를 확인해야 한다. 기준 잡음은 출력 주파수로 환산해 평가하며, 회로 내부에서 더해지는 잡음도 존재한다. 결국 좋은 PLL은 기준을 무조건 충실히 복사하는 장치가 아니다. 기준과 내부 발진기 중 어느 쪽을 어느 변화 속도에서 믿을지 결정하는 제어 시스템이다.

클록을 따라가면 잡음도 따라갈까: PLL 대역폭의 딜레마 · ari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