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장치의 층간소음은 ‘아무것도 없는 틈’으로 줄인다
휴대폰에 사진을 더 넣으려면 저장 공간을 늘려야 한다. 반도체는 이 문제를 아파트처럼 풀었다. 평면에 늘어놓던 메모리 셀을 위로 쌓는 3D NAND다. 그런데 층수를 늘리면서 건물 높이까지 끝없이 키울 수는 없다. 결국 층 사이도 얇아져야 한다.
문제는 옆집 소식이 너무 잘 들린다는 것. 여기서 소음은 전기적 간섭이다. 가까워진 셀의 전압이 이웃 셀의 동작에 영향을 준다. 저장된 상태를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메모리에는 달갑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아이디어가 빈틈이다. 층 사이 일부를 공기로 채우면, 산화막으로 꽉 채웠을 때보다 전기적으로 영향을 전달하는 정도가 작아진다. 공기가 전기장을 완전히 막는다는 뜻은 아니다. 유전율이 낮아 이웃끼리의 결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imec은 2025년 연구에서 메모리 구멍 안쪽에서 산화막을 일부 파내 층 사이 빈 공간을 형성했다. 30nm 간격의 시험 소자에서 이웃 셀에 의한 문턱전압 변화가 줄었고, 쓰기·지우기 1,000회까지 빈틈 없는 비교 소자와 비슷한 내구성을 보였다. 문턱전압은 셀이 켜지기 시작하는 기준 전압이다. 연구기관 설명
다만 층수가 제한된 시험 결과다. 수백 층 제품 전체에서 검증을 마쳤다는 뜻은 아니다. 전하가 저장층을 따라 이동해 정보가 흐려지는 문제도 별도로 남는다. 연구진은 저장층을 끊어 이 이동을 막는 공정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기술은 뭔가를 더 넣어서 좋아질 것 같다. 그런데 이 연구의 핵심은 정확한 자리에, 정확한 크기의 빈 공간을 남기는 것이다. 저장 용량을 늘리는 데 ‘비워두는 기술’이 필요하다니. 반도체 공정의 재미가 이런 데 있다.